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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착의 사각-오리하라 이치/ 201호실의 여자와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 본문

책/소설

#2. 도착의 사각-오리하라 이치/ 201호실의 여자와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

요비요비 2018. 9. 9. 20:00

'도착'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난 시리즈물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해서 빌렸다. '도착의 론도'는 그리 재밌진 않았기에 그닥 기대는 안 했다.

가볍게 읽을 맘으로 빌렸다.




줄거리


 큰어머니와 함께 살며 번역가 일을 하고 있는 노총각 요시오는 여느때와 같이 반대편 집을 엿보기 하던 중 201호에서 팬티스타킹에 목이 조인 채 죽은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다. 정신적 충격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요시오는 3개월을 병원에서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201호에 마유미라는 여자가 입주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엿보기'라는 소재가 이렇게나 불쾌할 줄이야. 읽으면서도 계속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반전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스포주의


 201호에 사는 여자는 마유미가 아닌 마유미의 엄마 미사코였다. 그녀의 딸 마유미는 1년 전 201호에서 스타킹에 목이 졸린 채 살해당한 것이었다. 미사코는 마유미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딸의 행세를 하며 그 일기장과 똑같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딸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미사코는 '마유미'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마유미를 죽인 사람은 불륜상대였던 다카노였다. 마유미가 뜻밖의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고 하자 화난 다카노가 그녀를 죽이게 된 것이다.

 술을 먹은 요시오가 벌인 살인사건들은 모두 그의 망상이었고, 묻지마 범죄는 미사코 짓이었다. 자신의 딸은 이른 나이에 죽어 혼자 씁쓸하게 천국에 있는데 다른 여자애들은 청춘을 즐기고 있다나 뭐라나.



정신병자 천지다. 결말부분이 약간 막장같고 그렇게 큰 충격은 없었다.

이게 뭐야. 이런느낌

서술트릭이라는 게 이렇게 허무한 거였구나. 

서술트릭의 정확한 뜻이 대체 뭔가 싶어 검색해봤다.


서술트릭 : 의도적으로 편향된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고의적으로 정보를 오인하도록 만드는 수법을 뜻한다. 물론, 작품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진짜 거짓말을 하면 당연히 안 되고 왜 잘못된 정보를 인식했는지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가, 잘못된 정보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작중에서 주어져 있는가 등의 필요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름 그대로 서술의 사각을 다루는 속임수이기 때문에, 작품에 서술 트릭이 있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작품에 서술트릭이 숨겨져 있다는 걸 모르고 봐야 속임수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비로소 서술이 속임수였음을 깨닫고 의외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위키백과


도착의 론도를 봤을 때는 서술트릭이라는 것을 모르고 봐서 그런가 나름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 이번에는 알고 봐서 그런가. 읽으면서 '이 사람(요시오) 분명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서술을 이상하게 하고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다. 근데 읽다보면 진짜 정신병자인 것이 티가 났다.

요시오는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면 그것은 피해자인 여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늦은 시간에 음침한 곳에 여자 혼자 지나간다는 것은 마치 범죄를 저질러 달라고 부탁하는 거란다. 아무리 엄격한 큰어머니 밑에서 자랐다지만 그것이 여성혐오가 생길정도였을까. 201호 여자가 남자를 데려오면 '꺼져, 이 화냥년아!'라는 쪽지나 보내고 몰래 사진이나 찍고. 자신이 이상하게 된 것을 모두 201호 여자 탓을 한다. 그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며 남자를 데려오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

아아 아무튼 다카노는 자기 부인도 죽이고 마유미도 죽이고, 요시오는 정신병자에 죽은 큰어머니를 집 앞마당에 묻고, 미사코는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았으면서도 또다시 201호에서 마유미 행세를 하며 젊은 여성을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고..아주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정말로 이 소설은 정신병자 천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