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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미쓰다 신조/ 끔찍한 연쇄 괴사사건, 염매가 틀림없다! 본문

책/소설

#4.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미쓰다 신조/ 끔찍한 연쇄 괴사사건, 염매가 틀림없다!

요비요비 2018. 9. 15. 13:30


염매

1. 가위 누르는 귀신

2. 짚으로 만든 인형(제웅)을 매개로 삼는 주술의 일종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병에 걸리게 하려고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행위





 "가가구시촌

 음감이 독특한 이 지명을 입에 담김나 해도, 이 특징 있는 글자 표기를 보기만 해도 나는 지금도 전율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아마 사기리, 렌자부로, 지요가 체험했던 꺼림칙한 사건을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며, 나 자신도 그곳에 있으면서 실제로 기이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귀계통인 가가치 집안과 마귀 계통이 아닌 가미구시 집안이라는 대립하는 두 구가, 신령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들, 인습의 의례 중 죽으면 산신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노파, 생령을 봐서 그에 씌었다며 시름시름 앓는 소녀, 염매가 나왔다고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 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워하는 동생, 흉산을 침범했다가 공포 체험을 한 소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쫓기는 무녀.

 그리고 내가 마주친,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에서 잇따라 끔찍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들과 그들에 얽힌 소름끼치는 수수께끼들..."


쇼와의 어느 삼월달에


도조 마사야 또는 도조 겐야





줄거리


 흑과 백의 기운을 상징하는 두 가문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산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괴사사건. 사람들은 염매가 틀림없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움에 떠는 소녀, 금단의 땅을 밟고 공포 체험을 한 소년, 정체 모를 무언가에 쫓기는 무녀. 기담을 찾아 마을에 들른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는 이러한 괴이한 사건들을 목격하고 기록하는데...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첫 작품이다. 사실 이 시리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일단 제목부터 꺼림칙하고 표지도 뭔가 꺼림칙하고, 무엇보다 책이 내 기준에서 굉장히 두꺼웠기 때문이다. 이 책이 술술 읽혔으면 하루만에 읽었겠지만, 일본어로 된 여러 지명과 사람 이름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기리들... 처음에 이 점들은 뭔가 싶었다. 설명하자면, 우선 주인공 사기리는 점이 6개다.



주인공 사기리를 편의상 사기리(6)라 하겠다. 사기리(6)의 엄마는 사기리(4)이고, 사기리(6)의 할머니는 사기리(1)다. 

점 2개까지는 할머니 세대고, 점 3~4개는 엄마 세대, 점 5~6개는 사기리와 사기리의 쌍둥이 언니 세대다. 

여러 사기리들, 그리고 주인공 사기리와 인물간의 관계만 제대로 숙지한다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신?) 시점, 도조 겐야의 취재노트, 렌자부로의 수기, 사기리의 일기 이렇게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밀실사건이라 할 수 있는 연쇄 살인 사건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염매가 벌인 짓이라고 하며 공포에 떨지만 도조 겐야는 무조건 괴이한 상황이라고만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적으로 추리한다.


가가구시촌을 으스스하게 만드는 것은 마을의 특이한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는 허수아비님의 존재다. 마을 사람들은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은 허수아비님을 보면 실제로 그 안에 어떤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다고 느낀다.

 


이게 도롱이인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소름 돋는다. 여기에 삿갓까지 쓰면 진짜 무섭겠군..


허수아비님은 신성하면서도 두려운 존재이다. 보통 산신님을 허수아비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염매도 허수아비님과 같은 모습을 하고 산에서 내려온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주친 허수아비님이 산신님인지 염매인지 알 수 없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스포주의


 연쇄 괴사 사건의 범인은 죽어서 산신님 혹은 허수아비님이 되었다고 알려진 사기리(5), 즉 사기리(6)의 쌍둥이 언니였다. 구구의례 때 죽으면 산신님이 되어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기리(1) 무녀는 사기리(5)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살아있는 산신님으로 만들기로 한다. 

 살아있는 산신님이 된 사기리(5)는 도롱이를 입은 허수아비님 속에 들어가 산신님으로서의 역할을 해간다. 그녀는 마을 곳곳에 있는 허수아비 속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을 염탐하고 대화를 엿들었다. 내가 위에서 말한 전지적(?) 작가(신?) 시점이란 살아있는 신이 된 사기리(5)의 시점이었다. (그 시점에서 서술된 것은 모두 허수아비님의 시점에서 그려졌다.) 모든 살인 사건은 허수아비님 바로 근처에서 벌어졌다.





도조 겐야의 잘못된 추리가 몇 번 나오다가 맨 마지막에 제대로 된 추리를 한다. 잘못된 추리가 계속될 때 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손에 땀을 쥐고 정말정말?? 이랬는데 틀리다니! 근데 틀린 추리도 다 그럴듯 해서 신기하네. 미쓰다 신조 혹시 천잰가?



미쓰다 신조의 소설은 주로 민속학적인 풍습에 기반해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괴담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현실적인 괴담과 픽션을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뭐가 가짜고 뭐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어 더 무섭게 느껴진다. 방에서 혼자 이 책을 읽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지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누가 막 쳐다 보는 것 같고... 따지고 보면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여기에 미쓰다 신조 특유의 호러가 가미되면 정말이지 너무 무섭다. 너무 현실에 있을 법해서..

소설의 마지막에서 도조가 마을을 떠나며 한 말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보이지 않게 된 가가구시촌 쪽을 바라보며 어떤 의혹에 사로잡혀 떨고 있었다.


 어쩌면 지요와 나는 진짜 염매와 마주친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내 해석은 완전히 뒤집히는 게 아닐까.


 그런 의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