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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파트먼트-S.L.그레이/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한 후, 집이 낯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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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파트먼트-S.L.그레이/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한 후, 집이 낯설다

요비요비 2018. 9. 17. 09:00

"우리가 그 아파트에서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어."



공포소설을 잠시 내려두고 힐링되는 책을 읽으려고 두어권 정도 빌려왔는데 다시 공포소설로 돌아와버렸다.

끊을 수 없는 공포소설..




이야기는 마크의 시점과 스테프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마크와 스테프는 어린 딸 헤이든과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무장한 강도들이 쳐들어와 그들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강도들은 둘에게 폭행을 가하지는 않고, 값어치 나가는 물건들만 들고 나갔지만 그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집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마크의 친구 칼라는 숙박 공유 사이트를 이용해 보라는 조언을 한다. 마크와 스테프는 프랑스 파리의 훌륭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프티 부부와 집을 교환하기로 한다. 프티 부부의 아파트에 도착한 둘은 사진과 달리 황량하고 음침한 아파트와 마주하게 된다. 그 곳에 사는 사람은 정신이 나간 듯한 미레유라는 위층의 여자뿐이었다.

 파리에서의 휴가는 모든 게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파트는 꺼림칙하고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데, 그들이 가져온 카드는 해외 스인을 받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현금이 얼마 없던 그들은 호텔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 곳에 머무르면서 마크는 점점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 한다. 마크의 이상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가고, 정체 모를 무언가는 그들의 목을 죄어간다.




아파트에 사는 내가 아파트에 관련된 호러 소설을 읽다니.

자취했으면 이런 책은 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워서 끌린다지만 밤에 읽진 않았다. 아니 읽지 못했다.

자기 전에 읽으면 100퍼 뒤척이거든


책은 가볍게 읽을만했다. 가볍지만 무서운 이야기. 요즘 미쓰다 신조의 소설만 읽다보니 그런류의 소설이 제일 무섭다고 느껴져 이런류의 소설은 그닥 무섭지 않을거라 착각했다.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잊고있었어...


난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못 본다. 사람보다 귀신이 더 무섭다. 악마나 악령 관련된 영화는 볼 만한데 귀신은 너무 끔찍하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귀신의 비주얼은 정말이지 몇 달 동안이나 생각나게 만든다. 이런 나인데 귀신 나오는 책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글뿐이라고 만만하게 봤다.




스포주의


 파리의 불쾌한 아파트에는 관리인 가족이 살고 있었다. 부부와 딸 둘. 어느 날 남자는 부인을 잃게 되고, 아내를 많이 의지하고 있던 남자는 술을 위로로 삼았고 딸들을 방치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런데 더 끔찍한 일은 그가 죽기 전에 작은 딸을 토막내어 죽인 것이다. 

 그 아파트에 있던 꺼림칙한 뭔가는 마크와 스테프에게 붙어 그들의 집으로 함께 갔다. 그것은 아마 아버지에게 토막 살해당한 작은 딸이었을 것이다.

 마크의 이상증세에 겁을 먹은 스테프는 딸과 함께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칼라는 마크의 집에 방문하고, 마크는 그녀를 토막내 죽인다. 결국 그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마크와 스테프가 너무 불쌍하다. 가난한 가정에 강도가 들고, 기분 전환 삼아 간 아파트에서 귀신이 붙고, 위층에 살던 미레유는 그들 앞에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크의 정신상태가 더 이상해지고. 말 그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가정이다.


마지막에 그 아파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데 너무 개연성이 없었다. 아내를 잃었다고 딸을 토막내 죽이는 아빠가 어딨어. 너무 어이가 없다. 원래 정신병자였는데 훌륭한 아내를 둬서 정상인으로 보였던 건가?

그리고 죽은 딸애는 원귀가 되어서 왜 불쌍한 사람들 괴롭히고 난리야. 마크한테 '아빠, 아빠가 날 죽였잖아' 이러면서.. 애먼사람 괴롭히지 말라고!


어쨌든 부동산 업자는 그 아파트에 뭔가 이상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누군가를 집에 들여 그 뭔가를 없애버리기 위해 숙박 교환 사이트에 글을 올린 것이었다. 이거 진짜 너무한거 아닌가. 그 유령이 아무한테나 붙어서 가버리면 끝이다 이거야?

 스테프는 그 부동산 업자처럼 자신의 집에 있는 뭔가를 없애버리기 위해 누군가를 집에 들인다. 이거 약간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같다. 하.. 이렇게 무한의 굴레에 빠지는 건가.





 어린 소녀가 남자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어. 여기에서는 무슨 말인지까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남자는 아이를 무시한다. 그의 표정은 멍했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마크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그 아파트에 갔고, 거기서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걸 없애버리기 위해 누군가를 우리 집에 들여야만 했다.

 이제 그건 당신과 함께 있어요. 당신은 그런 걸 믿지도 않죠? 그렇죠?

 임대 계약을 취소하고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을 집에서 내보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지금 바로 이 순간에 그들에게 경고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이 집은 안전하지 않다고 설득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몰라. 어쩌면 아닐지도.

 나는 창문을 올렸다. 남자는 여전히 나에게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작은 손이 창살 사이로, 창문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고마워요.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며 차르르 몰고 떠난다.

 그리고 그게 당신이어서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