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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여,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가. 본문

책/소설

#5.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여,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가.

요비요비 2018. 9. 15. 19:30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잘린 머리여, 누구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가.

대답하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토록 이 바닥을 구를 테니."



이야기는 작가인 다케야시키 다에코(작명 : 히메노모리 묘겐)가 남편인 다카야시키 하지메 순사와 히가미 가의 하인인 이쿠타 요키타카의 시점에서 히메카미 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서술하며 전개된다.





 사건은 히메카미 촌에서 십삼야라 불리는 히가미 가의 기이한 의례에서 시작된다. 삼삼야 참배란 히가미 가의 오래된 의식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살과 열세 살, 그리고 스물세 살과 서른세 살이 되는 해 중추에 히메쿠비 산의 히메카미 당에 모셔진 아오쿠비님에게 참배하고 아들이 탈없이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특유의 의식이다.

 히가미 가 중에서도 특히 이치가미 가의 남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고 병치레가 잦았다. 여자들은 기가 세고, 가끔 정신병자가 나오기도 했다. 히가미 가 사람들은 그들의 신인 아오쿠비님에게 예를 다 갖춰도 이치가미 가의 아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죽어버리곤 했다.


 삼삼야 참배 중에서도 특히 중요시되는 것은 소년기에서 청년기로의 이행이라 여겨지는 십삼야 참배다. 십삼야 참배에 쌍둥이 남매인 조주로와 히메코가 의식을 치르게 됐다. 그런데 여동생인 히메코가 우물에 빠져 죽게되고 그 시체의 목이 없었더라는 소문이 퍼진다. 시체를 수습한 이치가미 가는 시신을 빠르게 화장해버린다. 아무리 남녀차별이 있다고 해도, 빠르고 허술하게 장례를 치르는 것에 다카야시키 순사는 수상함과 섬뜩함을 느끼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10년 후



 두 번째 사건은 조주로의 혼사모임에서 발생한다. 조주로의 신붓감 중 한 명이었던 마리코가 머리 없는 알몸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시체의 기괴한 점은 신경써준 듯한 하반신의 보자기였다. 모순적인 시체의 모습에 다카야시키는 기괴함을 느낀다. 사람을 부르러 가던 다카야시키는 범인이 숨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당에서 또다시 머리 없는 남성의 알몸 시체를 발견한다.

 이런 상황에서 추리소설가 에가와 란코가 등장한다.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수상쩍은 외부인이, 그것도 남장미인인, 방문하자 사람들은 란코를 의심한다. 요키타카의 진술과 란코의 추리로 다카야시키는 사건을 수사하지만 히메쿠비 산의 연쇄 살인 사건은 아무런 진전도 없는 채 점차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져 미해결 사건이 되고 만다.





 다에코가 쓴 위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은 글을 읽는 사이에 목이나 목구멍, 또는 손목이나 발목을 다쳤다, 삐었다, 상태가 나빠졌다 등 불가해한 체험을 호소한다. 작가인 다에코도 차례대로 오른발목, 왼손목, 목, 오른손목을 다쳤다. 이제 다음은 왼발목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목으로 올라와서 이젠...

 이 때 그녀는 밖에서 목소리를 듣는다. 도조 겐야가 찾아온 것이다. 도조 겐야는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간다.



내가 이걸 왜 자기 전에 읽었을까. 낮에 조금씩 읽다가 절반 조금 안 되게 남았길래 지금 다 끝내버리자 하면서 자기 전까지 읽어버렸다. 물론 다 읽고나서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드라마 한 편 봤다. 그런데도 잠을 설쳤다. 중간중간 깨서 잘린 머리나 생각하고.. 미쓰다 신조의 소설은 역시 밤에 읽으면 몸과 정신에 해로워. 이럴까봐 여태 내가 웬만해선 낮에 읽으려고 했던건데 이번엔 큰 실수를 했군.



책의 마지막 반전 부분은 역시 빠르게 읽게 된다. 근데 왜 미쓰다 신조는 '반전인 줄 알았는데 아니고 또 반전일 줄 알았는데 아니고 매애애앤 마지막이 반전이지롱'같은 전개를 좋아할까. 한 번에 바로 나오면 재미없을까봐 그런건가?

난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읽을 때마다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열중하면서 어.. 정말..? 진짜..? 이러고 있는데 사실 '아니어따' 이러고 

하긴. 책 속의 인물인 도조 겐야가 추리를 하는 거니까 그런 인간적인 면모도 있어야 하는 거겠지. 아 물론 저런 전개가 싫다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읽다보면 헷깔리기도 해서 말이다.


500쪽가량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읽다보니 책의 기괴하고 사위스러운 분위기에 빠져서 머리가 몽롱해져 현실의 감각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이럴 때 전화벨이라도 울린다면... 흠칫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보다는 덜 무서웠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다음 편인 <산마처럼 비웃는 것>을 어서 보고 싶지만, 무섭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가볍게 읽을만한 걸 찾아봐야 겠다.




스포주의

(책의 마지막)




 "도조 겐야......

 그러고 보니 그는 스스로 한 번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다카야시키 다에코와는 초면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완전한 지방 작가인 그녀와 늘 여행하는 그가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었을 터다. 사건 당시, 그는 마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문 하나는 사이에 두고 옆 거실에서 꼼짝 않고 있는 인물은 정말 도조 겐야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그 공포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고, 도조 겐야보다 열 살은 더 젊어 보이고, 일련의 사건에 관해 지식과 흥미가 있는 인물이라면......

 요키타카.

 설마,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렇군, 복수인가. 조주로를 죽였을 뿐더러 자기를 완벽하게 속인 셈이니 복수하려고 하는 것도......

 하지만 요키타카라면 어느 정도 옛날 그 얼굴이 남아......

 얼굴?

 옆방에 앉아 있는 남자...... 아니,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정말 남자였는지 아닌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녀석이 오기 전에 비가 두 번이나 내렸다.

 비...... 물......

 이 문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